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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미지를 100장 뽑았는데 쓸 수 있는 게 3장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많이 생성하는 것'과 '잘 쓰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AI 활용 지표로 토큰 사용량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디자인 업무에서 이 기준이 얼마나 위험하게 왜곡될 수 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AI를 많이 쓰면 일을 잘하는 걸까요?
요즘 저는 하루 업무를 AI 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전날 작업 내용 정리, 오늘 회의 맥락 확인, 캠페인 드래프트 시안 생성까지. 예전엔 파일을 뒤져가며 흐름을 다시 잡던 일을 이제는 AI가 먼저 요약해 줍니다. 그만큼 AI가 실무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AI를 많이 쓴다는 것이 곧 일을 잘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삼성SDS 인사이트 글에서 '토큰맥싱(Tokenmaxxing)'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습니다. 토큰맥싱이란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더 많은 토큰을 소비하기 위해 AI를 과도하게 호출하는 행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토큰(Token)이란 AI 언어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로, 쉽게 말해 AI가 읽고 쓰는 글자 덩어리라고 보면 됩니다. 기업들이 이 토큰 소비량을 AI 활용 KPI로 삼으면,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실제 성과보다 사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됩니다(출처: 삼성SDS 인사이트).
처음엔 이 이야기가 개발 조직에 해당하는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글을 다 읽고 나서 제 뷰티 BX디자인 업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미지 생성 횟수, 프롬프트 입력량, AI 툴 사용 시간. 이것들이 정말 디자인 성과를 설명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요?


디자인 생산성, 생성량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이유
제가 속한 뷰티 산업에서는 AI로 꽤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합니다. 브랜드 캠페인 시뮬레이션 이미지, 뷰티 모델 생성, 크리에이터 화보 시안, 팝업스토어 공간 무드보드까지. AI가 개입하는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고, 실제로 촬영 전에 확인하기 어려웠던 조명 무드나 공간 구도를 이제는 드래프트 단계에서 빠르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AI가 확실히 리소스를 줄여줍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보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같은 프롬프트(Prompt)를 넣어도 레퍼런스 이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프롬프트란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입력하는 지시 문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AI에게 내리는 작업 지시서입니다. 어떤 레퍼런스는 조명과 피부 질감을 정확히 끌어올리고, 어떤 레퍼런스는 오히려 제품 로고를 흐리거나 브랜드 무드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왜곡시킵니다.
뷰티 카테고리는 특히 민감합니다. 인물의 얼굴과 피부 표현, 제품 로고, 패키지 비율, 손동작, 배경 무드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결과물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립니다. 제 경험상 이건 프롬프트를 길게 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맥락 없이 프롬프트만 늘리면 AI가 방향을 잃고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냅니다.
삼성 SDS 글에서는 토큰 소비량을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코드 라인 수 평가 방식과 비교합니다. 코드 양이 많다고 좋은 소프트웨어가 되지 않듯, 이미지를 많이 생성했다고 좋은 디자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100장을 생성해서 3장만 쓸 수 있다면, 그건 "열심히 했다"가 아니라 "97장을 버린 것"입니다.
- 이미지 생성 횟수가 많으면 열심히 일한 것이다 → 실제로는 낭비의 속도가 빨라진 것일 수 있습니다
- 프롬프트를 길게 쓰면 더 전문적이다 → 맥락 없는 긴 프롬프트는 결과를 오히려 산만하게 만듭니다
- 생성 결과가 화려하면 설득력 있는 시안이다 → 브랜드 요구사항과 맞지 않으면 제안서에서 힘을 잃습니다
- AI 툴을 많이 쓰면 고도화된 작업이다 → 도구 수가 아니라 결과물의 정확도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지 검수가 생성보다 더 중요한 단계입니다
AI 이미지 작업을 반복하면서 제가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단계가 어딘지 아십니까? 생성이 아닙니다. 검수입니다. 나온 결과물을 보고 "이걸 쓸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과정에 오히려 더 많은 집중력이 들어갑니다.
뷰티 이미지에서 로고가 흐려지거나 패키지 형태가 살짝 달라진 건 처음 봤을 때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전체 분위기가 예뻐 보이면 세부 요소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제안서에 들어가거나 클라이언트 미팅에 쓰이면, 그때 문제가 됩니다. 제 경우엔 이런 실수를 몇 번 겪고 나서 검수 기준을 먼저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습니다.
생성 전에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 무드를 지켜야 하는지, 어떤 요소는 절대 바뀌면 안 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면 바로 폐기해야 하는지. 이 기준이 없으면 아무리 많이 생성해도 선택 기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줄여서 BI란 로고, 컬러, 서체, 이미지 톤 앤 매너 등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구별해 주는 일관된 요소 체계를 의미합니다. BX디자인에서 AI가 이 BI를 훼손한 결과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그 이미지는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 보여도 실무에서 쓸 수 없습니다. 검수 통과율(생성 결과물 중 실제로 사용 가능한 비율)이 낮다면, 그건 AI를 잘 못 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제가 실제로 확인하는 검수 기준
제품 로고가 유지되었는지, 패키지 비율이 왜곡되지 않았는지, 인물의 얼굴과 손이 자연스러운지, 배경 무드가 브랜드 톤과 맞는지. 이 네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이미지는 후보에서 뺍니다. 처음엔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게 번거롭다고 느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생성 횟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첫 요청에 제대로 된 맥락을 넣고, 나온 결과를 명확히 걸러내는 쪽이 "조금만 더, 다시 한번"을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다섯 장 중 한 장을 살립니다
수치로 먼저 적겠습니다. 제 생존율은 다섯 장 중 한 장입니다. 20%입니다.
이 숫자를 먼저 적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성량을 성과로 잡으면 이 20%가 보이지 않습니다. 100장을 만들었다고 보고하면 일을 많이 한 것같지만, 실제로 남는 건 20장이고 나머지 80장을 보는 데 쓴 시간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거르는 순서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보지 않고 세 단계로 걸러냅니다.
| 순서 | 보는 것 | 여기서 탈락하는 이유 |
|---|---|---|
| 1. 퀄리티 | 이미지 자체가 성립하는가 | 손가락, 구조 오류, 물리적 모순 |
| 2. 브랜드 연관성 | 이 브랜드 것으로 보이는가 | 예쁘지만 남의 브랜드 같음 |
| 3. 키컨셉·톤앤무드 | 이번 프로젝트에 맞는가 | 브랜드는 맞는데 이번 건과 안 맞음 |
순서를 바꾸면 시간이 낭비됩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하면 안 됩니다.
톤앤무드부터 보면 손가락이 여섯 개인 이미지를 놓고 "분위기는 괜찮은데"를 고민하게 됩니다. 분위기가 좋으면 아까워서 살리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면 보정으로 시간을 더 씁니다.
퀄리티를 먼저 보면 고민할 여지 없이 버려집니다. 감정이 개입하기 전에 걸러내는 게 검수의 핵심입니다.
생산성은 둘 다입니다
생산성을 무엇으로 재느냐고 물으면 저는 하이퀄리티와 양, 둘 다라고 답합니다. 하나만 고르라는 질문 자체가 실무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양만 보면
생성량이 성과가 되면 거르는 일이 손해가 됩니다. 다섯 장을 버리고 한 장을 남긴 사람보다 다섯 장을 다 제출한 사람이 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검수가 약해집니다.
퀄리티만 보면
반대로 퀄리티만 재면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됩니다. 한 장을 오래 붙들고 완성도를 올리는 게 안전해집니다. 그런데 AI 작업에서 좋은 결과는 대개 여러 번 돌린 뒤에 나옵니다. 다섯 장을 안 뽑으면 그 한 장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두 개를 곱해서 봅니다
제가 실제로 보는 건 "쓸 만한 결과가 몇 장 나왔나" 하나입니다. 분자가 살아남은 장수, 분모가 시도한 장수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100장을 뽑아 20장을 남긴 것과 10장을 뽑아 2장을 남긴 것은 비율이 같습니다. 다만 앞쪽이 검수에 다섯 배 시간을 씁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뽑는 게 답이 아닙니다. 비율을 올리는 게 답입니다. 그건 프롬프트를 다듬는 일이지 생성 버튼을 더 누르는 일이 아닙니다.
기준이 문서에 없는 팀
이 기준을 팀에 따로 공유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 안 해도 다들 알고 계십니다.
같이 오래 일한 팀에서는 이런 게 자연스럽게 맞춰집니다. 누가 어떤 컷을 가져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서로 예상이 됩니다. 굳이 문서로 만들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게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암묵적 합의는 빠릅니다. 회의 없이도 결과가 비슷하게 나옵니다.
문제는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입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 외주 파트너, 다른 팀과 협업할 때는 이 합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때 비로소 "왜 이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고, 그제야 제 기준을 말로 꺼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AI가 들어오면서 이 문제가 더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만드니 결과물의 편차가 좁았는데, 지금은 기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 컷이나 다섯 장 뽑아오는 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세 단계 순서만이라도 적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KPI 기준이 바뀌어야 AI 디자인이 진짜 성과를 냅니다
AI 활용도를 측정할 때 토큰 사용량만 볼 것이 아니라 업무 결과물, 비용 효율성, 품질 개선 효과를 함께 봐야 한다는 관점이 있습니다(출처: 삼성SDS 인사이트). 저는 이 관점이 BX디자인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토큰 사용량 중심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는 AI를 잘 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많이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KPI란 목표 달성 여부를 수치로 측정하는 지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기준입니다. 이 기준이 잘못 설정되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방향이 어긋납니다.
디자인 업무에서 제가 더 의미 있다고 느끼는 지표는 따로 있습니다. 생성된 이미지 중 실제 제안서에 들어간 비율, 후속 리터칭 요청이 얼마나 줄었는지, AI 결과물이 회의에서 실제로 의사결정을 빠르게 만들었는지, 이번 작업의 프롬프트 구조가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재사용 가능한지. 이런 질문들이 쌓이면 "AI를 잘 쓰고 있는가"에 대한 진짜 답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건 처음엔 예상 밖이었습니다. AI를 많이 쓸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당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생성 횟수를 줄이고 검수 기준을 높인 뒤에 오히려 제안서에 들어가는 이미지 수가 늘었습니다. AI 디자인 생산성은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적게 낭비하고 정확하게 회수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결론
AI 디자인 업무에서 진짜 생산성은 토큰 소비량이나 이미지 생성 횟수가 아닙니다. 얼마나 적게 낭비하고, 브랜드가 요구하는 기준을 얼마나 정확하게 지켜낸 결과물을 회수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지를 몇 장 뽑았는가 보다 그중 몇 장이 실제 제안서에 들어갔는가, 프롬프트를 몇 번 입력했는가 보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재사용 가능한 구조가 남았는가가 더 의미 있는 질문입니다.
AI 시대의 BX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AI를 더 많이 호출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적은 시행착오로 브랜드에 맞는 결과를 얻어내는 판단력입니다. 생성 전 기준을 세우고, 검수 통과율을 높이고, 성공과 실패 프롬프트를 기록하는 것. 이 흐름을 반복하다 보면 AI 사용량은 오히려 줄면서 결과물의 질은 올라가는 지점이 생깁니다. 저는 그 지점이 AI 디자인 생산성의 진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삼성SDS 인사이트 — AI 도입률 높이려다 비용만 폭증? '토큰맥싱(Tokenmaxxing)'이 던지는 경고
AI 사용이 판단력에 미치는 영향은 정답형·코치형 AI 비교에서 더 깊게 다뤄습니다. 생성량을 실제로 줄이는 구조는 AI 디자인 자동화 설계에 있고, 검수 통과율을 좌우하는 모델 선택 문제는 나노바나나 프로 vs 미드저니 비교를 보세요.
이미지 검수에 쓰는 제 기준과 판단 근거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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